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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의 개발일지

퇴사한 김에 도전하는 창업일지 - 2(완) 본문

퇴사한 김에 도전하는 창업일지

퇴사한 김에 도전하는 창업일지 - 2(완)

maro0201 2024. 4. 24. 17:37

그래서 이번엔 뭘 할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뭘까를 고민했다. 우린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있지도, 푹 빠져 있는 덕후도 아니었다. 대신 모두가 해외 취업에 관심이 있었고, 해외 경험이 많은 팀원들이 있었다. 그래서 우린 국내를 방문하는 외국인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다. 처음엔 소도시를 여행하고 싶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비전문 가이드들을 매칭해 주는 플랫폼을 만들려 했다. 하지만 사용자 확보가 상당히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면 한국인 친구가 해주는 수도권 관광 가이드 플랫폼을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좀 더 발전시켜 보기로 했다.

 

역시 커뮤니티는 냉정하다

 니즈는 확실히 있을 거 같았지만 좀 더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다시 설문조사를 작성했다. 외국인 지인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고 헬로톡(언어 교환 어플)에서도 활동하며 게시물과 채팅을 통해 설문조사를 홍보했다. 하지만 역시 커뮤니티 사람들은 냉정했다. 채팅으로 부탁한 사람들을 제외하곤 설문조사를 해준 사람은 없었고, 결국 20명 정도에 그치게 되었다. 20명뿐일지라도 대부분의 반응은 좋았고 니즈도 있다고 생각해서 그냥 서비스를 한 번 해보자고 생각했고 인스타 계정을 파서 홍보하고 서비스를 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설문조사를 요청하는 게시물

 

 

내가 한 생각은 이미 누군가가 했던 생각이다.

 역시 사람들은 똑똑하다. 이미 트래버디라는 서비스가 우리가 하려던 것과 완전히 동일하지 않지만 서비스를 하고 있었고 우린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이대로 유사하지만 조금 다르게 서비스를 할 것인가? 아니면 좀 더 뾰족하게 다듬어 볼 것인가? 의 선택지 사이에서 우린 좀 더 뾰족하게 다듬기로 했고 우리는 음식에 좀 더 집중하기로 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관광의 한 부분인 밥 한 끼를 같이 먹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언어 교환과 친구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플랫폼 서비스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어떻게 만들어나갈 건데

 플랫폼을 만든다고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와 주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외국인과 한국인을 이어주는 플랫폼이라면 처음에 어디에 집중할지를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우린 외국인들을 먼저 모으기로 했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국내 맛집을 영어로 소개하고, 우리가 파일럿이 되어 직접 외국인 관광객과 함께 밥을 먹어보기로 했다. 구글폼을 통해 예약을 받고 후기를 많이 모은다면 주변 지인들을 파일럿으로 보낸 뒤 후기를 받고, 그 후에 플랫폼을 개발할 생각이었다.

 요약하자면 [외국인with우리] -> [외국인with지인] -> [플랫폼 개발] -> [대학생들에게 홍보] -> [외국인with플랫폼] 사용자를 생각했고 처음 순서인 [외국인with우리]를 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기로 했다.

 

우리를 기억하게 하기 위한 브랜딩

 하지만 인스타그램 계정 만들기도 쉽지 않았다. 모든 브랜드는 브랜드 이미지와 스토리라는 게 존재하기 마련이고, 그렇다면 우린 어떤 이미지와 스토리로 고객들에게 다가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했다. 고민한 결과 밝고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기로 결정했고 브랜드 스토리는 아직 고려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들어 당장은 넘어가기로 했다.

 가장 좋은 마케팅은 브랜드 이미지를 좋게 만들거나 어떤 무언가를 사거나 할 때 해당 브랜드가 생각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개인적으로 브랜드가 많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닐지 모르지만 임시용 로고를 정할 때에도 진심을 다해 정했다. 우리의 메세지를 잘 담으려면 어떤 글씨체와 어떤 색이 좋을지를 고민해서 투표를 통해 결정했고 최종적으로 결정된 이미지는 @shallwe_korea 인스타 계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름 열심히 브랜드 로고 디자인까지 했으나 당장 결정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판단으로 반려당했다.(그래도 저번보단 낫다니 만족)

 로고도 정했으니 우리가 생각하는 브랜드 이미지에 맞게 소개글을 작성했고, 게시물도 올렸다. 이제 고객들을 만나러 갈 준비는 모두 마쳤다.

내가 디자인한 브랜드 로고(또 반려당했다)
많은 고민의 흔적들

 

 

 

역시 직접 뛰는 거 쉽지 않다

 인스타 계정도 만들었겠다 이제 밖으로 나갈 시간이었다. 외국인들을 관심을 끌기 위해 한국 음식 설문조사 보드판을 만들었고 외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가서 홍보를 시작했다. 외국인 친구들에게 말을 걸어 스티커를 붙여달라고 한 뒤 우리 서비스에 대해 설명했다. 외국인과 한국인 친구가 밥 한 끼를 같이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서 이 설문조사를 진행한다고 말하고 관심 있으면 구글폼을 작성해 달라고 했다(이건 영어를 잘하시는 분이 해주었다... 영어 말하기 너무 어렵다...). 첫날 홍대에서 시작해서 경복궁까지 가서 들고 있었다. 꽤 사람도 많이 만났고 팔로워도 많이 늘었다. 직접 서비스를 신청한 사람은 없었지만 DM이 3개나 왔었다.

 하지만 다음날 북촌, 명동, 경복궁을 돌아다니면서 한 명에게 조차 제대로 서비스에 대해 소개를 하지 못했고 마지막에 맛있는 삼겹살집을 알려달라고 전화번호를 남기고 간 인도 아저씨만이 유일한 성과였다. 우린 일단 후기를 모으는 게 먼저라는 생각을 했고 헬로톡과 주변 아는 외국인들에게 같이 밥 먹고 후기를 남겨달라고 요청했고 헬로톡으로부터 영국 분과 전화번호를 남기고 간 인도 분에게 약속을 잡고 만나기로 했다.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영국 분과의 식사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나쁘지 않았다는 평을 들었고 후기를 모으며 서비스를 확장시켜 나가면 될 것 같았다.

두 발로 뛴 기록

 

과연 이걸 내가 계속할 수 있을까

 피봇을 한 이후 나에게 본질적인 의문이 생겼다. 내가 하고 싶은 건 새로운 서비스를 0 to 1으로 만들어보는 경험이지만, 정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개발을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다간 언제 개발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생겼고 그게 나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정말 이게 내가 원하던 게 맞나? 아니었다. 사실 쿠키독에서 서버와 인프라를 0 to 1을 만들면서 0에서 1로 개발하고 싶다는 욕구도 어느 정도 해소했고, 그때 기획적인 부분과 마케팅적인 부분에서의 부족했던 점을 이번 창업을 통해 채운 것 같다.

 기존에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고 나니 창업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어 다가왔고 몸이 급속도로 나빠지는 게 느껴졌다.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까지 더해지니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 그래서 그만하기로 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보람 있는 삽질

 길다면 길 수도 짧다면 짧을 수 있는 약 2달간의 삽질을 끝이 났다. 삽질 이후에 아는 변호사님이 생각한 아이디어가 있는데 이걸로 같이 창업을 하자고 제안을 줬었다. 나를 좋게 봐주신 건 감사하지만 지금은 취업을 하고 실력은 쌓는 게 더 우선인 것 같아 거절했다.

 이번 창업을 통해 느낀 점은 난 창업가가 아니라 개발자라는 것이었다. 주어진 문제를 개선해 나가는 경험은 즐거웠고 결과물을 보면 뿌듯했지만 답이 없는 문제를 계속 붙잡고 푸는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명확한 문제와 명확한 해결책 그리고 그걸 구현하는 일을 하는 게 나에게 맞다고 생각했고 그게 더 즐겁고 재밌었다.

 또 나는 새로운 일을 하는 건 좋아하지만 새로운 일이 기존의 내 삶을 변경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객체 지향 언어 개발자라서 그런지 인생도 OCP(Open Closed Principle)을 지향하는 것 같다. 수정에는 닫혀 있고 확장에는 열려 있는 그런 삶. 모두에게 맞는 삶이 있든 나에겐 이런 삶이 맞다는 생각을 했다. 개발자의 삶을 살며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새로운 개발을 하는 건 즐겁지만 아예 개발이 아닌 다른 분야로의 도전은 나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실력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2년 동안 개발을 하면서 배운 지식들로 서비스를 만들어보니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게 많았다. 잘하는 사람들에게 배우고 좀 더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 다시 취업을 하러 갈 생각이다. 이렇게 힘든 창업도 해봤는데 취업은 이것보단 낫지 않을까.

 

 주변에선 시간을 버린 거라고 쓸데없는 짓이라고들 했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꽤 의미 있는 2달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이번 경험을 통해 개발이 아닌 하나의 서비스를 위한 프로세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략적으로 알게 되었다. 마케팅, 기획, 디자인 등 여러 분야를 경험할 수 있었고 실패를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어떤 걸 잘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된, 나를 좀 더 알아가는 값진 시간이었다. 이제 개발자로서 성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만 남았다. 열심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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