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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의 개발일지

프로토콜 캠프 9주차 회고는 아니고 생각정리 본문

프로토콜 캠프

프로토콜 캠프 9주차 회고는 아니고 생각정리

maro0201 2023. 11. 11. 15:39

 이번주는 개발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개발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많은 고민과 생각들로 보낸 한 주였던 것 같다. 오늘의 회고는 딱히 프로토콜 캠프에 대한 회고가 아니라 그냥 개인적인 고민에 대한 정리를 좀 해보자 한다. 최근 들어 이런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지금이 어쩌면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잠시 멈춰 생각하려고 한다.

 

 최근에 쿠팡 면접을 볼 기회가 있었다. 지원서를 넣은 것은 아니지만 감사하게도 연락을 주셔서 면접을 봤었다. 난 준비가 된 상태가 아니면 무언가를 하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이번엔 그 두려움을 깨고 부딪혀 보고자 시도했고 처참히 깨졌다. 깨지고 나서 '아 조금만 더 준비했으면 가능성이 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다. 면접관님이 면접자를 많이 배려해 주시는 게 느껴졌고 질문도 그리 어려운 난이도가 아니었다. 나에게 온 큰 기회였는데 놓쳤다는 생각에 아쉬웠고, 대답도 제대로 못한 내가 한심했다. 그렇게 면접이 끝나고 한 20분 정도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그래도 나 퇴사하고 처음으로 면접을 봤구나. 다시 면접을 본다면 이것보다 망하진 않겠다.'라고. 면접을 통해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고, 끝나고 어차피 떨어진 김에 조언을 구했기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도 얻을 수 있었다.(정말 감사합니다.) 미뤄왔던 첫걸음마를 떼는 기분이었고 왜 시작이 반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시작도 하지 않았기에 뭘 해야 하는지 몰랐고 그저 혼자 이것저것 준비하며 두려워했던 내가 바보 같았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또 한 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너무 효율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비효율적인 일들을 피하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처리를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경험도 효율적으로 하려고 했었다. 책과 영상을 통한 간접 경험을 많이 하려 했고, 내가 직접 부딪히는 경험은 최대한 피하려 했었다. 굳이 필요한 게 아니면 하지 않으려 했고 면접도 마찬가지였었다.

 그동안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시간이 없어서, 이거 할 시간엔 다른 더 효율적인 일을 해야지 하고 외면했었다. 그러다 보니 하기 싫은 일들을 억지로 했고, 하고 싶은 것들을 못하니 스트레스도 받았다. 완벽주의도 있어서 더 효율적인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고, 그 자체가 나를 힘들게 했다. 이런 고민을 얘기했더니 팀원분이 유튜버 '너 진짜 똑똑하다'님의 데미안 영상을 추천해 주셨다.

 

 영상에서는 내 안의 악과 아니마를 인정하고 받아들여 온전한 하나의 내가 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내 안에는 내가 생각하는 악과 아니마가 있다.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악은 당연히 배척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악들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악은 비효율적인 일들, 앞으로의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일들이었다. 아니마는 내 안의 여성성을 뜻하는데 아마 나에게는 감정인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 내 안의 악과 아니마를 배척하고 부정해 왔다. 나에게 도움이 되고 효율적인 일들만은 추구했으며, 감정적인 생각을 뒤로한 채 이성적으로 판단해 왔다. 나는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인데 좀 더 성장하기 위해라는 이름으로, 시간이 없으니까라는 핑계로 나를 가뒀었다. 힘들고 외로울 때에도 감정을 애써 무시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것들 또한 나인데도 받아들이지 않아 온전한 나일수 없었다.

 

 그래서 이제는 내 안의 악과 아니마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비효율적이지만 재밌는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힘들고 외로울 땐 내가 지친 걸 인정하고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이렇게 나를 인정하고 난 뒤에 생각해 보니, 업무와 코드에서는 효율성을 따지는 게 당연하지만 배움과 경험에서는 효율성을 따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앞으로의 커리어를 위해 나아갈 효율적인 길을 정해놓기보단, 방향을 기억한 채로 이곳저곳 둘러보며 걸어가기로 했다.

 나는 개발이 재밌고 즐겁기에 계속 개발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문성을 쌓기 위해 억지로 나를 밀어 넣지 않고, 이것저것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며 내가 하고 싶은 재밌는 개발을 해나갈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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