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의 개발일지
완벽한 사람이 아닌 성장하는 사람이 되자 본문
안전한 삶인 '온실 속의 화초' 보단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자라는 '야생화'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해온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대학까지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그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만을 걸어왔었다. 당시의 나는 다른 사람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을 실패라고 생각했고 그런 실패를 하는 게 두려웠다. 기대한 대로 공부를 하고,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겉으로 보기에 모범적인 그런 사람이 되려 노력했었다.
덕분에 대학 입학까지는 그런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었고, 나도 덕분에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기대를 충족할수록 그 기대는 높아져 갔고, 난 실패하지 않기 위해 더 발버둥을 쳤었다. 그래서 고등학생 시절을 지나며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키며 사는 삶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대학에 가서는 남들이 바라는 삶이 아닌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았다.
자유롭게 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공부, 내가 하고 싶은 경험들을 했다. 대부분 그냥 재밌어 보이는 것들을 했었다. 그래도 덕분에 사회생활 능력을 좀 더 키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기대하는 사람들을 실망시켰고, 내가 두려워하던 실패를 했는데 생각보다 별 거 아니었다. 덕분에 이런 '작은 실패'들은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이로 인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착각하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 3학년 때 이렇게만 있으면 안되지 않을까 하고 딥러닝 강의를 들으러 갔었다. 그때 당시엔 최신 기술이었고 재밌어 보여서 들으러 갔는데 재밌었지만 생각보다 어려웠고 기초 지식이 많이 필요해 보였다. 간단한 기초 강의였지만 이해하기 힘들었고,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프로그래밍에 대해 공부했다. 공부하다 보니 재밌었고, 개발자가 되고 싶어 SSAFY에 지원해 백엔드 개발자가 될 수 있었다.
이렇게만 본다면 난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온 사람처럼 보이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왔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복수전공을 할 때에도 내가 하고 싶었던 컴퓨터 공학과 대신 당시에 가장 취업이 잘 되는 전자전기 공학부를 선택했고, 졸업할 당시에도 남들이 모두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에 취업을 생각했었다. SSAFY에서 중간에 회사에 취업했을 때에도 경험을 쌓고 대기업에 가서 일해야지 하는 생각이 가득했다. 결국 난 아직도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며 기대를 충족하려 살아왔던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옳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달려온 길은 결국 남들의 기대로 포장된 안전한 도로였으며, 난 그것도 모른 채 남들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 열심히 달려오기만 했었다. 지금 내가 가는 길이 당연히 맞다고 생각했고, 이대로만 간다면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결국 온실 속 화초의 삶이었고, 난 온실 밖으로 나가기 두려워 온실 틈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야생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 같다. 나는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싶었지만 고난을 두려워했고 역경을 피해왔다. 우습게도 온실속 화초가 되고 싶지 않았는데 온실 속에서 자라고 있었다.
이런 현실을 깨달을 수 있었던 건 아이러니 하게도 퇴사 덕분이었다. 퇴사 후 나름의 계획대로 대기업을 지원했고, 좋지 못한 시장 상황과 평범한 경력으로 인해 떨어지게 되었다. 계획이 실패한 것이다. 그리고 한 달을 쉬고, 한 달 동안 이직 준비를 하다 프로토콜 캠프에 지원했다. 어차피 당장 원하는 회사에 가지 못할 거라면, 하고 싶었던 Web3 공부도 하고 새로운 경험을 쌓으려 했는데 운 좋게도 합격하게 되었다.
처음엔 이곳에서도 난 마음이 급했다. 남들은 지금 내 옆을 지나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난 아주 느리게 걸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캠프를 진행하는 동안 이직 준비도 해야 하고, 유의미한 경험도 쌓아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추가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집안 사정도 좋지 못해 빠르게 취업해야 한다는 압박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캠프에 참여한 사람들을 보니 뭔가 나와는 달랐다.
이곳의 대부분은 남들의 기대에 맞춰 살지 않았다. 모두가 본인이 생각하는 가치를 추구하며 달려가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아닐지라도 본인들이 맞다고 생각하는 그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묘한 기분이었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은 이들과 같은 길이었는데 나는 다른 곳을 걷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깨닫게 되었다. 난 아직도 실패를 두려워하고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말로는 늘 '위기는 기회다', '일단 한 번 해보는 거지 뭐'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안전한 길만을 택해 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덕분에 이런 사실들을 깨닫고 나니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내가 추구하던 삶의 가치가 달라졌으며, 좀 더 넒은 세상을 꿈꾸게 되었다. Web3의 글로벌 시장 덕분에 해외 시장에 좀 더 관심이 생겼고, 해외에서 일하다 오신 팀원분 덕분에 해외 취업에 대해 자신감이 생겼다. 한국에서의 뻔한 삶이 아닌 해외에서 개발자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실패하더라도 시도함으로 인해 내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안 될 것 같으면 진작에 포기하던 내가, 일단 한 번 도전해 보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고 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동안 정말 정신없이 달려왔기에 몰랐던 사실들을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둘러봤기에 알 수 있었다. 아마 내가 생각하는 실패가 없었다면 이런 경험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턴 실패랑 좀 더 친해지기로 했다. 남들에게 잘 보이려 하지 않고, 완벽하지 않더라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처음엔 못하다가 나중에 잘해지면 그건 그거대로 좋은 모습일 테니, 완벽한 사람이 아닌 성장을 잘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4개월간의 공백과 생각정리 (4) | 2024.08.30 |
---|---|
Web3가 아닌 Web2.5 백엔드 개발자 (1) | 2023.10.09 |
퇴사 이후의 생각 변화와 블록체인 (0) | 2023.08.21 |
내가 배운 것들과 앞으로의 방향성 (0) | 2023.07.27 |
퇴사를 하게된 이유 (0) | 2023.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