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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의 개발일지

4개월간의 공백과 생각정리 본문

잡담

4개월간의 공백과 생각정리

maro0201 2024. 8. 30. 16:52

그동안

 마지막으로 글을 쓴 지 약 4개월이 지났다. 취업을 하려 결심한 이후 꽤 많은 일들이 있었다. 5월에 작은 사고로 인해 한동안 누워만 있었고 한 달을 모두 날렸다. 당시에는 이렇게 있을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모든 걱정을 버리고 제대로 쉴 수 있었던 것 같다.

 6월부터 7월까지는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하고 많은 지원을 하고 면접을 보러 다녔다. 붙은 곳도 있었지만 좀 더 다양한 곳에 지원해보고 싶었고,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기술 면접에서 떨어져 취업하지 못했다. 비동기 프로그래밍, 동시성 문제, 서비스의 확장에 대한 질문, 프로젝트에 대한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해 떨어졌다. 열심히 준비하고 갔지만 항상 막히는 부분이 있엇다. 그래서 8월 한 달 동안 이력서를 다시 다듬고 부족한 부분을 공부해서 9월엔 제대로 지원을 하려고 했었다.

 

인생은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지

 하지만 계속된 스트레스와 끝이 없는 취업 여정에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처음에는 내가 너무 한심했고 왜 이렇게 밖에 못하는지에 대해 화가 났다. 그리고 너무 하기 싫었다. 개발이 하고 싶은데 이론과 전에 했던 프로젝트들만 보고 있으니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고, 보기가 싫었다. 하기 싫은 억지로 일을 붙잡고 있을때, 성과 없이 시간만 흐르고 더 절망에 빠지게 된다. 결국 8월 한 달을 이도저도 아니게 보내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날 멍하게 하루를 보내다 문득 이럴 바엔 운동이라도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따릉이를 타고 한강을 달렸다. 운동을 하니 머릿속이 비워졌고 마음이 꽤 편해졌을 때 깨달았다. 이거 번아웃이구나.

 그런데 이상했다. 작년 말에 번아웃을 느끼고 이렇게 빨리 오다니, 원래 이런 건가? 난 분명 5월에 쉬었는데 왜?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럴 만도 했다. 취업 준비와 면접으로 인한 스트레스, 취업 기간이 길어지는 것에 대한 압박, 경제적 여유의 줄어듦 등으로 인해 머릿속엔 계속 걱정만이 가득했고 결국 파업을 선언한 것이다.

 

뇌도 재부팅이 필요합니다. 아마도요

 컴퓨터는 전원을 내리지 않고 계속 켜두면 에러가 발생하기 쉽다. 그리고 당장 실행되고 있는 프로세스만 신경 쓸게 아니라 백그라운드 프로세스 또한 관리해줘야 한다. 실행되고 있는 프로세스는 메모장뿐이지만 나도 모르게 백그라운드에서 비트코인 채굴 프로세스가 실행되고 있을 수도 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보여서 다른 프로세스들을 실행해 보지만 이미 CPU 점유율이 90%를 넘어 부하가 걸려있기 때문에 제대로 실행되기 힘들 것이다.

 사람의 뇌도 컴퓨터랑 비슷한 것 같다. 걱정이라는 백그라운드 프로세스는 처음엔 점유율이 작다가 계속 올라가고, 종료도 되지 않아 뇌에 부담을 계속 주게 된다. 그러다 보면 다른 일을 할 때에도 걱정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걱정이 90% 넘게 뇌를 점유하면 번아웃이 와서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걱정만 지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 않다는 걸 우린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뇌를 재부팅 하기로 했다. 내가 뇌를 재부팅한 과정은 다음과 같다. 일단 머리를 비운다. 의도적으로 머리의 생각을 모두 없애는 것이다. 잡생각이 떠오르려고 할 때마다 의도적으로 생각을 멈춘다. 명상을 한다면 더욱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재부팅은 완료 되었지만 다시 걱정이 실행될 수 있고 뜨거워진 뇌는 아직 식지 않았다. 그러지 않도록 몰입할 수 있는 운동이나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한다. 여행을 떠나든 책을 읽든 원래 걱정하던 일에 관한 것들을 모두 제쳐두고 아무 생각 없이 즐긴다. 개인적으로 최소 2~3일은 지속해야 뇌가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걱정이 생기는 이유 분석

 재부팅을 하는 동안 왜 걱정이 계속 생기는지에 대해 고민을 해봤다. 나의 경우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 내가 세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압박, 주변인들과의 비교가 나를 걱정하게 하고 힘들게 했다. 그래서 재부팅이 끝난 후 이것들을 모두 없애기로 했다.

 주변인들과의 비교를 없애고 그냥 나자신 스스로를 기준으로 생각한다. 내가 성장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나에게 집중하면 된다. 그리고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하고 목표를 세우지 않기로 했다. 대신 방향성을 정해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어차피 개발이란 기초 CS 지식들을 응용해서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니, 뭐든 공부하면 언젠가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개발 공부들을 하고 겸사겸사 취업 준비도 하자고 마음먹었다. 이렇게 마음 먹었더니 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았고 잊고 있던 개발의 즐거움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드는 생각

 굳이 잘하려 하지 말고, 욕심부리지 말고, 성공하려 하지 말자. 그저 어제보다 발전한 오늘의 내가 되기 위해 나아갈 뿐, 그거면 된 것 같다. 취업은 뭐... 누군가는 나의 가치를 알아봐 주지 않을까.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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